#2. 필름 너머의 이야기
4월의 주제 :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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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개복치 여러분.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일찍 피었다 떨어져버린 벚꽃이
참으로 아쉽다고 생각한 한주였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의미있는 벚꽃 사진 남기기
좋은 날이었을텐데 말이죠.
점점 짧아질거 같아 아쉬운 요즘입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사진에 대해 다루려고 합니다.
두 가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느리면서 아름다운 필름카메라에 대한
매력을 먼저 전하고,
그 다음으로는 하나의 사진으로 생각거리를 던지는 글을 담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함께 그 글들로 떠나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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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란]필름 카메라🖼 : 느리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미학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부산 여행을 갔었습니다.
당시, 엄마가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슈퍼에서 사서 가져가셨는데,
어렸던 전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신기해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로만 사진을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필름 카메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싶었는데,
여전히 저는 필름카메라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왜 저는 아직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을까요? 지금부터 그 매력을 소개하려 합니다.
필름 감성🎞 : 사진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
제가 필름을 시작한 건 2017년이었습니다.
아빠가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저도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의문이 들더군요.
"나는 아직 구도도, 보정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시작하지?"
그 답은 '필름감성' 그 한마디면 충분했습니다.
먼지가 자글자글 낀 듯한 모습,
진득하게 달라붙는 특유의 묵직한 색감,
형용할 수 없는 그 느낌이 참 매력적입니다.
이런 느낌이라면 보정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결과물을 낼 것 같아
집에 있던 필름 카메라로 무작정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 매력에 빠져 필름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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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성✨️ : 필름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알고 보면 필름은 감성에 비해 드는 수고가 꽤 큽니다.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필름 한 롤이 다 완성되어야만 인화가 가능합니다. 심지어 인화하려면 현상소에 가서 기다려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어떤 필름으로 무얼 찍었는지 종종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필름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외의 사진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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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숲 속 연못에서 아빠를 찍은 사진입니다. 아무도 여기에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하시겠지만요.
사진이 흔들린 덕에 하나의 유화 작품처럼 보여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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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정동진 여행갔을 때, 까만 밤 사이로 빛이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의 사진입니다. 눈으로 기억하기로는 검은색에 가까웠는데, 사진으로는 필름과 함께 분홍색으로 예쁘게 찍혀 나왔습니다.
이렇게 결과물을 보다 보면, 다양한 느낌으로 뿜어져 나오는 각각의 필름들, 플래시 그리고 흔들림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의외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새로움과 경험🧭 : 필름카메라를 받아들이는 나만의 의미
사람들이 필름 사진을 찍는 데에는 미학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빠는 필름 사진을 그 시절 향수로 여기지만 저는 휴대폰 사진이 더 익숙한 시대에서 또 하나의 새로움으로 다가오더라구요.
필름카메라는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 됩니다.
집에서 필름카메라를 발견하고,
필름을 사고, 그에 따라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일련의 그 번거로움조차도
즐거움이 됩니다.
그런 즐거움이 사진을 더 소중하게 합니다.
무료한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보내고 싶다면 일회용 필름카메라라도 구매해서 필름 생활을 잠시나마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상 연란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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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뼈만 남은 소녀가 앉아있고 뒤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소녀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독수리가 소녀를 쪼아버릴듯한 긴장이 맴돕니다.
아마 여러분에게 낯설지만은 않은 사진일 것 같습니다.
사진의 이름은 '수단의 굶주린 소녀'로, 199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수단에서는 오랜 시간 내전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다치고, 굶고, 죽어갔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에 대해 다른 세계 사람들이 알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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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였던 케빈 카터는 주로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내전에 관련한 사진을 찍으며 전쟁의 참상을 고발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이 굶주린 소녀를 포착하게 된 것입니다.
사진 한 장이 주는 위력은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끼칠 정도로 컸습니다. 수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전이 얼마나 참혹하며, 아이들이 전쟁으로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아프리카 너머 여러 대륙에 알릴 수 있었습니다.
퓰리처 수상작을 수상했다고 하면 큰 명예를 얻거나, 무지개빛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이자 종전기자였던 케빈 카터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후 머지 않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의 죽음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가장 대중적인 추론으로는 '수단의 굶주린 소녀'가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비난을 받은 것이 꼽힙니다. 당시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내전의 참혹함을 접하고 비인간성에 경악했습니다. 인간성에 대한 반성은 곧 사각 프레임 너머 사진작가에게로 이어졌고, 케빈 카터가 위험에 놓인 소녀를 구하지 않은 채 사진을 찍기만 했다는 이유로 비난했습니다.
직업에서 사명감이 생명을 구하는 것에 우선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중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머지 않아 케빈 카터는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 이야기는 주로 보도윤리와 딜레마를 논할 때 단골소재로 언급되곤 했습니다. 사진기자나 종전기자처럼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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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 어느 때든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때입니다 ©pex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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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SNS를 통해 사진과 영상을 찍고 업로드하며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우리 모두가 찍고 올리는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알게 모르게 지게 됩니다.
예컨대, 지난해 할로윈데이 때 일어난 이태원 참사는 당시 이태원에 있었던 시민들이 SNS에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SNS 속 흘러다니는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현장의 참혹함에 대해 무서워하기도, 슬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올린 사람의 무자비함에 분노하기도 합니다.
‘수단의 굶주린 소녀’와 케빈 카터는 1994년의 문제만이 아니라 오늘날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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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사진과 영상을 찍고 올리면서, 돌아봐야 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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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는 사진과 영상을 찍고 업로드할 때 어떤 태도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사진의 피사체 이전에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SNS에 업로드된 사진을 보면서 쉽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방식으로서 사진을 대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위안을 얻기도, 경각심을 느끼기도, 함께 하고 싶어도 한다고 합니다. '내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야'(위안) '나는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조심해야지'(예방) '이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연대)라고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진 영상을 찍고, 올리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연대의 기능이 가장 강조돼야 한다고요. 내 앞에서 괴롭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돕는 수단 중 하나가 사진을 찍고, 이를 업로드하는 일이어야 한다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어떻게 보다 인간답게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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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서핑, 개복치 여러분은 어떠셨을까요?
이번 서핑에서는 필름카메라 유저로서 전하는 필름의 매력을,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읽는 과정에서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이야기 남겨주세요!
공감, 피드백, 응원 모두 환영입니다👐🫶🙌
* 뜬금없이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도 좋아요:)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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